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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범 시인_'기형도 시와 도시공간' / 뉴스페이퍼 (2017.11.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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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8-08-23 11: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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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범, 기형도 시에 나타난 근대 공간에 대한 연구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에서 다뤄
육준수 기자 | 승인 2017.11.22 20:28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18일 한국교통대학교 충주캠퍼스 디지털도서관에서는 한국문예창작학회가 주관하는 제33회 정기학술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세미나는 “한국문학 공간배경으로서의 지역” 에 대해 논하는 자리였으며 발제자 중 한 명인 조동범 경희사이버대학 교수는 “기형도 시에 나타난 근대 도시 공간 연구” 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발제에 앞서 조동범 교수는 “기형도의 죽음을 비롯한 개인사적인 이야기와 모습들” 이 담고 있는 암울함이 “광명이라는 도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거나 기인” 했을 거라고 여겨 기형도 시인을 발제의 주제로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광명이라는 도시의 특수성을 연구하여 시인 기형도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자 했다는 것. 



<조동범 경희사이버대학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조동범 교수는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진 것은 70, 80년대이며 체계가 잡힌 것은 90년대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근대성” 이 도드라지는 시기였다는 것. 기형도는 60년에 태어나 89년도에 타계한 시인이다. 때문에 기형도는 “근대성” 의 시대의 중심에 있었으며 그의 시는 “근대성” 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게 조동범 교수의 의견이다. 


조동범 교수는 이런 근대성은 도시공간이나 산업화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근대성의 주요 개념은 “대량 생산과 소비” 이며 이를 통해 산업화와 근대성의 욕망을 지닌 도시공간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조동범 교수는 산업화와 도시화는 같은 개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산업화는 점차적으로 진행되는 시간적 개념인 반면, 도시화는 이런 산업화가 완성된 공간의 양상을 나타낸다는 것. 때문에 도시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산업화를 거치는 게 보통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형도의 시에는 근대적 공간이 등장하며, 팔십 년대 산업화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조동범 교수는 말했다. 또한 근대적 양상과는 차이점을 가진 광명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대적 양상에는 대량생산과 소비문화, 풍요로움 등의 특징이 보여야 하지만 그때까지의 광명에는 이런 특징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며 조동범 교수는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를 88올림픽과 소이트 연방 해체 등의 사건이 있었던 90년대 전후라고 이야기했다. 

광명 등의 교외지역은 “도시와 농촌의 완충지역으로 중간적인 형태” 를 띠고 있다고 조동범 교수는 설명했다. 때문에 각종 산업시설이 등장하고 노동자들과 지방 이주민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게 됐다는 것. 그렇기에 기형도 시에서의 “현대 도시공간” 역시 교외의 속성을 많이 띠고 있다는 것이다. 


기형도의 시 “너무 큰 등받이 의자” 에 이주민을 상징하는 “가난한 아버지” 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조동범 교수는 기형도의 시에는 “이주민들의 삶을 통해 변두리 삶의 슬픔을 보여준다” 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통해 당대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결핍의 정서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 가난한 아버지, 왜 항상 물그림만 그리셨을까? 낡은 커튼을 열면 양철 추녀 밑 저벅저벅 걸어오다 불현 듯 멎는 눈의 발, 수염투성이 투명한 사십, 가난한 아버지, 왜 항상 물그림만 그리셨을까? 그림 밖으로 나올 때마다 나는 물 묻은 손을 들어 눈부신 겨울 햇살을 차마 만지지 못하였다. 창문 밑에는 발자국 하나 없고 나뭇가지는 손이 베일 듯 사나운 은빛이었다. 

아버지, 불쌍한 내 장난감 
내가 그린, 물그림 아버지 

- 기형도 “너무 큰 등받이의자” 부분



또한 조동범 교수는 당시 서울과 위성도시가 지닌 삶의 양상은 매우 흡사하지만 절대 같은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위성도시는 산업화 속에서 변두리가 된 장소였기에 대도시로부터 내몰린 도시 빈민이나 농촌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주해온 이주민들의 정착지였다는 것. 때문에 기형도의 시는 “이주” 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더해 이 이주는 저소득 지역에서 고소득 지역으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띠며 가족이나 공동체 단위로 이뤄졌다는 것이 조동범 교수의 설명이다. 때문에 위성도시에서 형성된 고유한 느낌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와 별개이며, 기형도의 시에 등장하는 개인들은 가족의 불운 등 위성도시를 주축으로 한 비극적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조동범 교수는 기형도는 자신의 생의 모습을 시 속에 등장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며 그는 이것이 우리 삶이 보여주는 속상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거처를 잃고 떠돌 수밖에 없는 우리 삶의 형태를 기형도의 시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동범 교수는 이렇듯 근대성과 시인이 겪은 보편적 경험이 맞물리며 기형도의 시가 “공적 담화로서의 설득력” 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육준수 기자  skdml132@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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