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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빈 집/강원일보(2019.07.26.(금))

관리자 │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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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시선을 혼란스럽게 했으니 도로에 널브러진 기왓장이었다. 수년간 거주자를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빈집, 아슬아슬했던 처마가 결국 빗물에 허물어져 내린 것이다. 비록 방치돼 있지만 필시 주인은 있을 집이리라. 하지만 거주시설로서의 기능은 이미 상실한 지 오래다. 그곳에서 생활했던 이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보금자리일 뿐이다. ▼요절한 기형도의 시 `빈집'이 먹먹하게 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상실한 기능, 그 무력함이 절망의 공간마저 아련하게 한다.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올 3월에 있었던 기형도 30주기 추모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이 주로 논의한 게 이 시라니 그 의미를 거듭 헤아려 보게 된다. ▼우후죽순 격으로 솟는 아파트의 처지가 그렇다. 며칠 전 신문에서 본 제목이다. “10가구 중 4곳 `빈집'”이라고 나왔다. 올 6월 신규 아파트 입주율이 60%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기침체에 과잉공급 탓이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3%로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부단히 짓고 있다. `누구를 위해 집을 짓나'라는 물음이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런데 도내 아파트 매매 하락세가 전국 최상위라고 한다. 불안해진 세입자들의 `깡통전세'를 우려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건이 급증했다는 보도다. 이런 형편에 우리나라 국민순자산 규모가 1년 새 1,174조원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호황'이 요인이라고 한다. 통계청·한국은행의 발표이니 허튼 수작이 아닐 테다. `빈집에 소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큰 행운이 주어질 것으로 믿는 기대이자 소망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기조차 가물가물하다. 애처롭기만 한 빈집에 내리꽂히는 장맛비는 무슨 심사인지….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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